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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Dots가 Hermes를 밀어낼 것인가

작성자: 주인장

컴퓨터는 결국 AI가 쓰는 기계가 되고 사람은 말로 일을 시키게 될 거라고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주인장이 24시간 켜두는 리눅스 컴퓨터에 Hermes를 붙여 개인 작업용으로 만들어가면서 처음 했던 생각입니다. 사람이 직접 컴퓨터로 일할 일이 줄어드는 그 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채팅으로든 목소리로든 “나 락스 다 떨어졌어”라고 말하면 AI가 제가 늘 쓰는 제품을 찾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해서 배송까지 시켜주는 겁니다. 저는 그냥 며칠 뒤 집 앞에 놓인 택배를 받으면 되고요. 원하는 작업을 할 때에 원하는게 있을 때에 컴퓨터를 사람이 쓰지 않는 세상. 컴퓨터는 AI가 쓰고 (혹은 컴퓨터 뒤에서 AI를 실행하고) 사람은 필요한 것만 말하는 세상입니다.

이번에 OpenAI가 내놓은 Dots를 며칠 써봤고 제가 생각하던 그런 비서를 이제는 서비스로 만날 수 있나 싶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은 주인장의 Hermes를 밀어낼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첫인상은 정말 좋았습니다.

새로운 모델이나 서비스를 써보는 건 늘 기분 좋은 일인데 이번에는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이 제법 났습니다. (Astra medium 정도라고 합니다.) 세팅도 곧잘 하길래 이미지 몇 개를 주고 이모티콘처럼 써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말을 하면서 상황에 맞는 이미지를 자기가 골라 쓰는 모습에서 메신저로 사람과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제 정말 Hermes를 대신할 온라인 비서가 하나 생기나 싶었지요.

전용 브라우저와 자기 컴퓨터를 갖고 있고 그 화면을 제가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저쪽 어딘가에 실제 컴퓨터 한 대가 있고 이 친구가 거기서 일하다가 필요하면 제가 원격으로 들어가 잠깐 도와주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냥 채팅창만 있는 것보다 정말 어딘가에 있는 존재와 일하는 느낌이 났습니다.

그렇게 기대하고 일을 맡겨봤더니 제가 하려던 작업은 권한에 막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뭔가 설치해서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려 해도 안 되고 어떤 기능은 느리거나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분명 별개의 컴퓨터가 있는 것 같았는데 정작 뭘 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말을 자꾸 듣게 됩니다. 처음 느꼈던 든든함이 여기서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첫 번째 일은 오히려 Dots가 먼저 제안해줘서 놀랐습니다. 이대로 시작하면 되겠구나 싶었는데 제가 며칠 써보는 동안 새로운 일을 먼저 꺼내준 건 그때 한 번이 전부였습니다. 그 이후로는 제가 다음에 뭘 할지 계속 말해줘야 했습니다. 제가 기대한 건 작업 맥락을 알려주면 “이거 빠뜨리셨는데요”라거나 “이럴 때는 이렇게 하는 게 더 좋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먼저 해주는 비서였습니다. 그 정도의 브레인스토밍을 같이 해줬으면 했는데 여전히 시키는 일을 하고 다음 지시를 기다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시키는 일만 할 거라면 주인장은 기존에 세팅해둔 Hermes 쪽이 더 마음에 듭니다. 맡긴 일을 끈질기게 붙잡고 검토까지 해주는 쪽이 좋으니까요. Dots는 일을 적당히 하다가 멈추거나 제가 한 지시를 빠뜨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기분이었는데 일을 맡기고 나니 다시 제가 하나씩 챙겨줘야 하는 AI로 돌아온 것 같았습니다.

Dots를 써보니 진짜 비서를 하나 둔 것처럼 느끼게 하려면 UX가 압도적으로 좋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 같은 말투와 화면도 좋지만 그 느낌이 며칠 뒤에도 이어지려면 "그냥 일을 진짜 잘해야"합니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짚어주고 부탁한 일을 빠뜨리지 않고 챙겨줘야 합니다. 처음 말을 걸었을 때만이 아니라 계속 같이 일하는 동안에도 “혹시 내가 무언가 놓치더라도 얘가 알아서 챙겨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 겁니다. 결국 성능 좋은 AI를 찾아가게 된다고 이전 기사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주인장은 이런 점에서는 뮤즈가 잘한다고 느낍니다. 국내에서 UX 좀 한다 싶은 곳이 토스라면 해외에서는 메타가 확실히 잘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짚어주고 새로운 방향도 같이 고민할 수 있을 때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도구보다 더 동료처럼 느껴지니까요. (대신 뮤즈는 순수 지능만 보면 아직 프론티어 급은 아닙니다.) Dots는 쓰다보면 반대로 같이 일하는 파트너 라는 느낌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컴퓨터가 AI 실행기가 되고 사람은 말만 하는 세상은 벌써 와버렸습니다. 다만 지금의 Dots에게는 아직 말을 많이 해줘야 하는 것 같습니다. 옆에서 계속 챙겨야 한다면 주인장은 당분간 끈질기게 일하는 Hermes 쪽을 고르겠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그렇게 끝까지 찾아오는 Hermes를 쓰면서 놀랐던 경험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